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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싱가포르의 역사(6)

by 톡톡톡 레이나 2025. 3. 27.

싱가포르가 영국의 해협식민지로부터 직할식민지로 승격된 이후 싱가포르는 급속하게 번영기를 맞게 되었다. 이 시기에 해협식민지에도 빌소 식민지 행정제도와 입법제도가 마련되었다. 지사와 관리 8명으로 구성된 행정회의는 내각의 형태를 취했다. 입법회의는 지사가 임명하는 4명의 민간인 대표와 9명의 고위관리로 구성되었는데, 4명의 민간대표 중 3명은 싱가포르에서 차지했다. 물론 지사의 권한은 행정회의나 입법회의의 권능을 우선하였다. 입법의원은 영국인 일색이었으나, 1869년 중국상인 후아까이가 비유럽인으로는 처음으로 입법의원에 임명되었다. 영국인을 비롯한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무역상인들이 직할식민지 통치기구를 통해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으며, 이에 따라 식민지 당국도 다양한 인종사회를 영국식 행정 및 사법체계로 편입시켜 근대국가가 가지는 정치구조의 틀을 마련하였다.

 

 또한 이 시기에 싱가포르는 동남아 해운, 무역, 금융 중심지로서의 지위를 점차 다져나가게 되었다. 이는 수에즈 운하의 개통과 영국의 본격적인 동남아 진출에 의해서 뒷받침되었다. 1869년에 이루어진 역사적인 수에즈운하의 개통은 서양 제국주의의 동남아 진출을 촉발시킨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로 인해서 싱가포르의 전략적, 경제적 중요성이 배가되었다. 증기선이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여 바다의 실크로드(the Sea Voyage)’에 등장함으로써 동서무역은 혁명적인 변화를 겪게 되었다.

 

 지중해와 수에즈 운하를 경유한 증기선이 새롭게 개척한 말라카 해협 직항로는 당연하게 유럽에서 아프리카 대륙의 서해안을 따라 희망봉을 돌아 수마트라와 쟈바 사이의 순다해협에 이르는 항로를 압도하게 되었다. 이로서 유럽과 아시아와의 거리가 획기적으로 단축되고 동서무역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해협식민자와 말레이반도는 중계무역의 거점으로 뿐만 아니라 유럽 제국의 상품시장과 원자재 공급지로, 그리고 중요한 투자의 대상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따라서 수에즈운하의 개통 이후 싱가포르의 무역은 비약적인 증가세를 나타내었다. 싱가포르의 무역총액은 1860-1869년의 10년간 약 1,300만 달러가 증가한 데 그쳤으나, 1869년부터 1870년까지의 단 1년 사이에 약 1,200만 달러로 증가하였다. 무역총액의 증가는 지속적으로 이어졌는데, 1870년부터 1879년까지의 10년 사이에도 약 3,750만 달러가 증가했다.

 

 한편 영국은 1870년대 이후 동남아에서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전이 치열해지자 종전의 불개입정책을 수정하여 말레이반도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으로 선회하였다. 영국은 1874년 말레이 반도 중북부의 페락(Perak) 술탄과 맺은 팡코르(Pangkor) 협약을 시작으로 말레이 반도의 술탄왕국마다 주재관을 파견함으로써 말레이 반도에 대한 개입정책을 본격화했다. 1896년에 페락, 슬랑오르(Selangor)를 포함한 4개 술탄왕국을 연합말레이주(the Federated Malay States)로 묶고, 1909년에는 조호르(Johor), 끄다(Kedah) 5개 술탄왕국도 비연합말레이주(the Unfederated Malay States)의 이름으로 느슨한 연합체를 형성함으로써 영국령 말라야가 완성되었다 영국의 말라야 진출로 싱가포르는 말라야를 배후지로, 말라야는 싱가포르를 고무와 주석의 수출항으로 하는 싱가포르-말라야의 상호보완적인 경제관계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연합주와 비연합주를 연결하는 영국령 말라야와 페낭-말라카-싱가포르를 잇는 해협식민지의 분리는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를 갈라놓은 서막이 되었다. 형식상으로는 싱가포르에 주재한 해협식민지사가 말라야의 고등판무관으로서 서열 상 우위에 있었으며, 말라야는 쿠알라룸푸르에 주재한 주재총감의 관할 하에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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