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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싱가포르 역사(13)

by 톡톡톡 레이나 2025.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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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종 이민사회(5) – 화교사회의 형성

이들 방언공동체는 지연적, 직업적, 종교적 결연을 통해 확장되어 방이라는 보다 더 큰 사회적 단위를 형성했다. 싱가포르 중국인 사회는 복건, 조주, 광동, 해남, 객가 등 5개의 방으로 대별되었다. 이들 방은 각각 자신들의 사원과 공동묘지와 학교 등을 갖춘 하나의 독립된 세계였다. 방은 서로 적대적이거나 경쟁적이었으며 방과 방 사이에는 교류는 물론 상호 교차 혼인의 예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방마다 각자 구성원들의 협력을 통해 독립적인 체제와 경제적인 독점을 추구했으므로 이러한 과정에서 방 사이에 심각한 경쟁과 충돌이 야기되었다. 또한 식민지 구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던 방은 현상유지에 강한 집념을 보였으므로, 당국의 새로운 규제 법령에 저항하고, 화교사회의 통합보다는 방에 의한 독자성 유지를 선호하였다.

 한편 1889년 비밀결사 규제 이전까지 싱가포르 화교사회의 공식적인 사회조직 기능을 한 것은 화당이라는 비밀결사였다. 비밀결사는 중국의 결사에 기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싱가포르라는 독립적인 상황아래서 원래의 반청이라는 정치적 의미가 축소되고 중국인 이주민의 통제와 회원 간의 상호부조와 질서유지 기능을 담당했다. 영국 식민관리들은 초기에 비밀결사를 다수의 중국인과 식민당국을 잇는 중요한 통로로서 용인하고 이들의 통치에 활용하였다. 그러나 중국인 이민의 증가와 비밀결사 간의 분쟁이 빈발하자 영국은 1877년 화민호위사서를 신설하고, 중국어에 능통한 피커링을 제1대 호위관에 임명하였다. 피커링은 결사 간의 분쟁에 적극 개입하여 영국법에 위배되는 결사를 통제하는 한편, 신객들의 임시숙소를 마련하고 객두들에 의한 무자비한 착취를 전절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 후 점차 쇠퇴하던 비밀결사는 1889년 규제법이 제정됨에 따라 불법화되었다. 이로서 기조의 공적인 기능과 역할을 마감하고 소규모의 지하조직으로 변모하였다.

 

 복잡한 화교사회의 특성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중국인 고유의 전통을 유지해 나간 대부분의 화교와 달리 말레이 종족화한 화교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일반화교와는 구분하여 바바라고 불렀다. 이들은 말레이 반도에 이주한 수 현자사회와의 마찰을 줄이고 생활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혈통만을 유지한 채 말레이인화한 사람들이었다. 또한 먼저 싱가포르로 이민하여 성공적으로 정착한 상인집단과 이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교들 사이에도 빈부의 격차라는 괴리가 존재했다. 싱가포르를 포함한 해협식민지 지역에서 태어난 중국의 정체성과 중국어를 잘 모르는 화교 2세나 3세들 또한 중국 본토 태생과 확연하게 구분되었다. 해협식민지 태생이 전체 중국인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21 25.1퍼센트에서 1931년의 35.6퍼센트로, 다시 1947년에는 59.9퍼센트로 증가했다.

 

 한편 중국인 사회의 전통적인 지연이나 혈연조직과의 연대가 약한 대신 영국 식민당국에 강한 의존성을 나타내고 있던 집단도 있었다. 영어를 사용하고 영국시민권을 소지했던 이들은 이민화교와 구분해서 흔히 해협화인(Straits Chinese)으로 불리었다. 이들은 상업적으로도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입원회의나 행정회의에 참여하는 등 식민지 정치에 관여하기도 했다. 고급 영어교육이 확대된 이후 해협화교는 대개가 전문직업인들인 영어  엘리트들이 주축을 이루었다. 해협화교는 중국인 사회 속의 영어세계또는 작은 영국이었고, 영국 식민당국이 가장 신뢰한 집단도 이들 소수의 해협화교였다.

 

 이렇듯 거주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면서도 분열되거나 구분되었던 싱가포르 중국인 사회가 정치적 다수로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방문자에게 정착이주민으로서의 의식전환이 필요했고 이를 위한 짧지 않은 기간이 소요되었다. 이는 화교의 교자를 떼어내고, 중국계 싱가포르인으로 변신하였고, 다시 다인종, 다종족 국가를 지향하며 중국적 색깔을 최소로 낮추고 하나의 싱가포르’(One Singapore)로 화합하는 싱가포르 국민’(Singaporean)으로 향하는 초기과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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